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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으로 선택하게 된 책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중 '이스타TV' 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예능처럼 풀어서 사람들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유튜버들의 홍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튜버들은 많습니다. 축구 유튜버들도 정말 많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이렇게 소위 '말빨' 이 되면서 내용도 여느 다른 채널들 보다 잘 담겨져 있고 재미도 충만한 축구채널이 이 '이스타TV' 입니다. 그들이 지향하는 캐치프레이즈인 '대한민국 최고 예능 축구채널' 만 봐도 느낌이 오지요. 유튜브 영상에서 이 책이 출간된다고 했을때 간만에 책을 재미있게 보겠다는 확신이 서서 예약구매를 했고, 책은 단숨에 읽혀졌습니다. 변변히 슈퍼챗 유튜브 하나 날려본 적 없지만 이런게 팬심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이주헌을 알게 된 계기

지금은 이스타라는 예명이 이주헌이라는 본명만큼 많이 알려졌지만, 저에게는 처음 갑자기 MBC에서 추가된 해설위원이었고, MBC 축구해설위원 1타 서형욱씨가 한동안 진행해오던 팟캐스트 '주간 서형욱'의 이스타, 그리고 히든풋볼의 진행자로 알고있습니다. 뭐랄까 이 사람의 해설위원으로서의 매력은 '전문성이 없는 해설위원' 이라는 느낌에 있습니다. 자신의 선수시절을 녹여서 해설하는 전문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유럽축구에 한해) 지식 면에선 자신이 없음이 느껴졌어요. 그런 면에서는 약간 겸손한 느낌마저 받게 하는데, 그러나 그에 굴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에 대해 빠르게 파악하고, 찰지고 친근한 말투로 풀어주고, 가끔은 예능끼가 충만한 그런 멘트가 좋다고 해야할까요? 차범근 같은 점잖음이 아니라 팔딱팔딱 뛰는 텐션감이 좋죠. 그러기에 아프리카TV같은 개인방송에서 이주헌은 그 느낌을 맘껏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광역 어그로를 끌 줄도 아는데, 빠른 사과와 그 어그로로 인한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친근한 이미지가, 이 주식회사 랩추종윤의 또다른 대표인 박종윤씨의 말로 '이 채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기에 그의 존재는 그냥 이 채널의 존재감이지요. 전문성이 없다는 얘기는 참을수 있어도 못 웃긴다는 얘기는 참을수 없다는 그의 말이 ㅋㅋㅋ

축구판에서 축구 컨텐츠로 살아남기 위해 시도를 한 많은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 축구로 웃기고 낮은데에서 임하는 독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윤을 알게 된 계기

박종윤의 하이버리 시절 풋볼2.0 출연당시. 유베팬과의 한판은 하이버리 마지막 유니폼인 자주색을 입고 진행. 이것은 원정유니폼.

저는 옛날부터 축구 전문채널에 대한 목마름이 꽤 있어서, 예전 미디어2.0에서 운영하던 '풋볼2.0'에서 한달에 얼마내고 구독해 보던 유료회원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스포티비나우 같은 느낌이었는데, 유료 구독하면 챔피언스리그 하일라이트 및 매거진을 원하는 어느때나 볼 수 있고, 하이라이트도 편집하고 해설위원들이 공중파하고는 달리 좀 더 유럽축구에 특화된 전문적인 느낌을 가지고 얘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그때 꽂혔던 두명의 인물. 풋볼2.0에서 많은 부분 진행 롤을 맡기도 하고, 해설위원으로 겸히 활동하고 있던, 훗날 MBCESPN-SBS스포츠를 거치는 현 스포티비-SBS 해설위원인 장지현씨. 그리고 이분, EBS에 딩동댕 어쩌고 번개맨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의 주인공 - 박종윤씨였습니다. 

데뷔 초 날렵한 장지현 해설위원

박종윤씨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아스날 팬사이트 하이버리의 운영자 대표로 나와,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유벤투스와의 8강전 - 비에이라가 유베로 이적하고 아스날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붙게되어 만 17세의 나이로 1골 1도움한 파브레가스가 평점 10점 받았던 바로 그 경기 - 에 관해 그때 당시 대학생 형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유베 팬 대표를 조곤조곤히 까면서 말로 누르는 모습이 '야, 고등학생이 대학생을 말로 압살하네! 이사람 잘한다... 방송 체질인것 같네' 라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었죠. 이후 세월이 흘러 스포츠캐스터가 되었을땐 예전 그 풋볼2.0에서 보았던 그 사람일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으나 그들이 하는 팟캐스트에서 예전에 방송출연했을때 얘기를 언급하는데, 아! 예전 그사람일까? 아프리카TV 게시판에 문의했더니 '네 맞습니다' 하면서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친히 답글을 달아주시더군요 ㅎㅎ

스포티비에서 엄청 일하고 적게 받았다는 두명

그러면서 아스날 팬사이트인 아직도 존재하는 '하이버리'가 다시 떠오릅니다. 맨유팬이었던 저는 맨유팬들 사이트인 '맨유당사'에 대해 약간은 불만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박지성 때문에 유입된 맨유팬들이 많아지면서 회원수는 불어났지만 그만큼 축구를 오래보거나 정열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팬들이 모여서 그냥 두손모아 제한맨 (제발 한국인이면 맨유 응원합시다) 를 외치는 느낌의 커뮤니티였달까요. 그러나 하이버리는 뭔가 정열적으로 자료 수집하고, 외국 기사들 번역하면서 눈 벌개지며 일거수 일투족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전문집단, 세련된 오타쿠의 느낌?이 있어서 아스날 커뮤니티라 아스날 정보들만 있다지만 전반적으로 꽤 고급스러운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눈이 있다면 벵거의 축구는 그때 EPL에서 분명히 구별된 세련미가 있었으니 뭔가 팬들도 그것과 비슷하며 자부심도 있었달까요. 그렇게 하이버리를 눈팅만 했었다가, 베르캄프 은퇴 경기를 눈앞에 두고였나, 멋지던 그를 기억하면서 맨유팬으로 건너왔다면서 베르캄프의 은퇴를 존중을 담아 축하드린다는 글을 하이버리에서 썼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존중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하이버리의 많은 분들이 맨유팬임을 밝혔는데도 좋아해 주셨던게 기억납니다. 그때의 그 기사 번역자가 저분이었을줄은 몰랐죠. 

성공의 모델은 정직하다

저 둘이 만났다고 했을때, 초창기에는 캐스터, 아나운서라는 티를 벗지못했던 초보 스트리머였던 박종윤를 들었고, 주간 서형욱에서 독립한 - 거친 날것의 느낌이 충만한 이주헌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말빨이 좋으니 그렇게 크게 편집없이 이어서 녹음하는 느낌으로 두시간에서 세시간을 편집 거의 없이 주욱 이어가는 팟캐스트였는데, 들을게 많아서 좋긴 했지만, 저걸 어떻게 다 준비하냐... 는 경이로움도 일었지요. 그래도 하이버리에서 그렇게 기사 번역하고 눈 벌게지게 이것 저것 했던 사람인걸 기억하면 박종윤이 저걸 다 준비하는게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빨리 지칠것만 같았습니다. 이주헌은 너무 날것이었고, 박종윤은 아나운서-캐스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느낌이 있어서요.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계속 고비를 넘으며 아프리카TV에서, 팟빵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을 보며 응원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오던 팟캐스트 히든풋볼이 유료화 된다고 했을 때에도 근근히 유료로 결제하며 듣고 있었는데 마침 터지고 있었던 유튜브에서 입지를 빠르게 굳히는 것을 보고, 이제 그들이 걱정하던 수입문제며 사업의 확장도 가능하겠구나 싶었죠. 계속 일사천리로 진행하더군요. 보기에도 사세가 커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픽업더귤!' 가상 챔피언스리그 추첨은 유럽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긁어주는 재밌는 기획중 하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들에게 왔던 기회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었나, 그 잡은 기회를 바탕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리고 있는가를 가감없이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법인으로의 확장 얘기들도 차례로 들려주고 있어서, 팬이라면 당연히 좋아할 테고,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도 자신의 컨텐츠가 잘 풀려갈때 어떤 테크를 밟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조심해야 할 민감한 문제들 (대표적으로 저작권) 도 때로는 디테일하게, 때로는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스타TV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은 다양한 게스트들의 활용인데, 가장 큰 대원칙은 역시 '부른 만큼 돈을 주자' 인 것 같습니다. 초대한 게스트에게 '아 이 곳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라고 느껴지려면 당신을 능력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표시와, 앞으로도 이곳에서 부르면 가야지라는 강한 인상을 줘야할텐데, 출연료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요. 나이어린 해설자로만 보였던 황덕연을 어느새 축구계에서 주목하는 입담꾼으로 끌어올린 것도, 송영주, 박찬우 위원을 '해축 고인물'로 확실히 낙인?찍은 것 모두 그들의 게스트 원칙에 의한 비용 지불이 깔려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이스타TV에 출연하게 되어 캐릭터가 잡힌 것은 덤이겠구요. 이제 이스타 유니버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도 뭔가 이들의 컨텐츠 출연히 시트콤처럼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음을 보여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플랫폼 위에 올라탄 이스타TV가 또다른 플랫폼이 되어, 이제는 총 인원 14명의 법인 (주)랩추종윤이 되어 , 회사로서 수익을 창출하고 일을 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모델이 결론적으로 '정직하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성공을 맛본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을 통해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생산에 양으로, 그 안정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질도 같이 높인다는 정책인 것 같아, 정말 오래 기다리고 이 수익모델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정말 실시간TV 처럼 24시간 축구채널을 표방하며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조금 허황되긴 하지만 진짜 이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행보를 이어가는 과정이 비교적 술술 잘 쉽게 읽히게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런 서술 때문인지 냉정하게 크리에이터를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구요. 축구 책이라기 보단 사업 얘기에 가까운 책이지만 축구와 사업 어느 한쪽만 좋아해도 읽기 좋습니다.

 

허황된 나의 생각을 실현시켜 줄지도 모를 유일한 유튜브채널

저는 가끔 그려보는 환타지 중 하나가 바로, 유럽 이적시장 막바지의 스카이스포츠에서 하는 'Deadline Day' 특집 24시간 방송같은것을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닐것 같은 이적시장 막바지를 드라마틱하게 중계해서 사람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데, 이적시장 마지막날 '어떤 선수가 맨체스터로 향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탔다', '누가 데드라인 30분을 남기고 갑자기 메디컬을 받기위해 의료센터로 들어갔다'는둥 이적시장에 벌어지는 치열한 상황을 뉴스쇼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가끔 이날 맞춰서 이거 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거든요. 야 얘네들은 정말 이런것에서도 재미와 뉴스, 그리고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구나. 그래 이렇게 이야기가 쌓여가는 스포츠가 유럽축구 그래서 재미가 있지... 하는 생각과 부러움이 함께 드는 거죠. 

skysports의 deadline day, 이적 막날의 상황 그들의 쇼가 시작된다.

물론 그럴리는 없지만, 그런것 비슷하게, 그런것에 가깝게 뭐라도 만들어 볼 유일한 채널은 스포티비도 아니고, 방송3사 스포츠 채널도 아닌 '이스타TV'라고 지금 현시점에선 그렇게 봅니다. 몰른 유럽축구라는, 매니아틱하고 100년 이상의 이야기가 쌓여져 있는 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것들은 예능처럼 버무리기에 소스로서는 넘치지만, 한국 사람들의 사정과 입에 맞게, 그러면서도 K리그 팬들의 팬심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들의 일의 양과 질, 그리고 노력의 크기로 보면 위에 언급한 데드라인 데이 쇼 같은것 가깝게 만들 만한 채널은 이들밖에 없는거죠. 해외축구 팬으로서 그들의 노력에 항상 박수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일의 양이나 질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해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보고 있으니까요. 성공 모델을 본 만큼, 개량화된 수치적으로 이렇게 하면서 수익이 난다는 것을 본 만큼 어느 사업자가 그렇게 안할까요 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런 분야의 컨텐츠를 네개 내지 다섯개, 15분 분량으로 매일 뽑아낸다는 게 정말 쉬운게 아닙니다. 그러면서 여러개의 팟캐스트를 동시에 굴리고 있잖아요? 이 양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는 박종윤씨는 대단합니다. 건강 걱정도 되지만, 그렇게 쓰여지고 굴려질때 삶의 존재를 알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류를 보아왔기에 행복할 거라고 봅니다 :) 

이스타TV의 인기 컨텐츠중 하나인 로빈 '반통수' 반페르시. 아스날 팬의 입장에서 배신자를 단죄하는 느낌 ㅋㅋㅋ 이것을 잘 살려 박종윤-아스날, 박찬우-인테르, 송영주-바르샤 의 공식으로 빡치는 찐텐을 살리는 컨텐츠가 늘어난다.

그러면서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팟캐스트인 '주책남들', '식장탈출 넘버원'이나, 축구끼 뺀 예능채널 '이스타TVM'등으로 축구가 아닌 다른 것들을 시도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과 동시에 이해도 합니다. 축구는 어찌되었건 매니아를 기반으로 한 분야라 이것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고 - 아마도 전문적인 컨텐츠를 만드시는 분들 모두가 갖고있는 고민의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맨날 같은 분야의 얘기만 하는 자체가 지겨우니, 축구가 아닌 다른 폭넓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심사 쪽으로 접근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일정정도 고개 끄덕여 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인 것이고 나무라거나 비난할 권리조차 나에게 없음도 알지만, 축구로 흥했고 그것에 공감하며 좋아하는 구독자가 30만을 넘겼다면, 그것의 한계점을 일단 찍은 뒤 다른 것들을 시도해 봤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축구팬이 이 이상 늘어날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될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고, 나의 사랑 이스타TV가 계속 양질의 축구 컨텐츠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구/야구로 인해 흥했던 인물들이 그 유명세를 토대로 스포츠 판을 떠나버리는 경우를 볼때마다 사정은 알겠다만, 그저 스포츠를 수단으로서 생각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으니까요.  

MCN 회사의 제안을 물리치며 독자적인 기틀을 세운 그들에게 구독자로서 박수를 보내며, 지금같이 앞으로도 계속 축구 컨텐츠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만을 간직한체 책을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쓰고 나서 보니 이 글의 원동력은 분명이 팬심이네요 ㅎㅎ

늘보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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