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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늘보나무입니다.

오랜만에 음악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의 얘기 주제는 목수들 카펜터즈 The Carpenters 입니다

어릴적 카펜터즈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너무나 부드러운 비단에 내 몸이 삭~ 미끄러지는 느낌이 났었습니다. 카렌 카펜터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는것도 좋았지만, 결국은 브릿지 부분의 겹쳐지는 아름다운 화음에서는 엄청난 전율이 일었지요. 그렇게 Yesterday Once More를 들었었고, Top Of the World 를 듣곤 했습니다. 가끔 쇼프로에서 카펜터즈를 부르겠다고 되도 않는 노래를 부를때면 정말 화가나곤 했지요. 이 아름다운 노래를 버려놓다니... 하면서 말입니다. 유튜브에서 찾을수만 있다면 넣고 싶지만 아무리 유튜브가 보물창고라도 그것까지는 못넣는군요. 

그렇게 카펜터즈가 제 어릿속 추억으로 자리잡던 어느날 의문의 컴필레이션이 외국에서 하나 발매되는데, [if i were carpenters] 라는 제목의. 그때 당시 내노라하는 밴드들이 카펜터즈의 곡들을 자기들만의 개성으로 리메이크 해서 부르는 앨범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Redd Kross 의 Yesterday Once More 가 나름 히트했었습니다. 비슷한 리메이크로는 Shonen Kniife가 불렀던 Top of the world도 있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ejJwjddKLec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Sonic Youth 의 Superstar 가 가장 비장했지요. 소닉 유스에게도 나름 파격이었고, 이런식의 리메이크를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파격으로 느껴지는 리메이크였습니다. 혹시라도 안들어보셨다면 한번은 들어보실만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카펜터즈의 핵심적인 가치들을 잘 살린 좋은 커버라고 생각되네요.

youtu.be/Y21VecIIdBI

사실은,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본 뉴 런던 시어터 공연을 얘기하고 싶어서인데... 아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카펜터즈 관련된 것 중에 가장 정수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캐런 카펜터나 리차드 카펜터가 모두 다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구나 싶었습니다. 테이프 머신을 사용한 인트로의 시작이라던지, Close to you 를 익살스럽게, 그러나 꽤나 복잡한 편곡으로 만든 것이라던지 하는 것은 그냥 아름다운 노래들만 하는 밴드가 아니라 나름 그당시 실험적이고 우주적인 스케일을 다루는 음악가들이었구나 싶습니다. 50분도 안되는 동안 많은 곡들이 휘몰아 치는데, 정말 괜찮습니다. 아마도 이때가 그들의 음악적인 최고치에 달할때 쯤이 아닐까 싶어요. 소프트팝, 이지리스닝 같은 가벼운 단어로 퉁쳐버릴 그들의 음악이 아닙니다. 아니면, 소프트팝, 이지리스닝은 같은 이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 영상에서 최고 부분은 Close to you - For all we know (핑클의 영원한 사랑이 베낀 바로 그곡.. 정말 겁도 없이) - Top of the world - Ticket to Ride - Only Yesterday - Hurting Each Other - Superstar - I need to be Love - Goodbye to Love가 이어지는 그들의 정수가 콸콸 쏟아지는 30분 이후 부분입니다. 이 노래들이 마치 약간은 뮤지컬같이 메들리로 나오는데, 그들의 모든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잘 짜여진 한편의 뮤지컬 드라마 같은. 그런거 말입니다. 시간이 없으시면 요 부분이라도 함 보시길 바랍니다.

카펜터즈를 좋아하셨거나, 혹시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공연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사람이 어쩌다 거식증에 평생 고생하며 세상을 등졌는지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은 무대 뒤에서는 한없이 우울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대신 그 순간이 지나가면 한없이 고통받는 부류입니다. 

한창 카펜터즈가 날리던 시절엔 카펜터즈 좋아한다면 뭔가 말랑하고 말 잘들을것 같은 이미지라 별로 밝히기를 꺼려했다고 하죠. 아마도 나중에 많은 밴드들이 If I were Carpenters 라는 앨범으로 속으론 정말 좋아하고 있었다고 수줍게 고백하는것 보면, 그 아름다움 뒤에 스며있는 슬픔들과 우울함들을 알고 있었던거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BBC4번은 영국에서도 24시간이 아니고 시간대가 정해져 있긴 합니다만 영국의 공영방송이 음악채널을 따로 두고 공중파로 전송한다는 것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저처럼 팝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을 그동안 축척한 컨텐츠들이 계속 나와 좋더군요. 

계속 이야기하면 너무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 하게 될까봐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마지막으로, 위 보고 괜찮으시다면 BBC에서 한 1971년 공연도 괜찮으니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여기선 카렌의 드럼 실력이 또 대단합니다.

youtu.be/XX3ANSbH6Lg

늘보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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