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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늘보나무입니다!
오늘 삼일절 기념식을 보았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국가 기념식은 여러모로 연출이 잘 되는 가슴뭉클한 무대가 많습니다. 이전의 여러 행사들이 형식의 틀은 경직되어있고 메시지만을 푸시하려는 상황이 많았다면 요즘은 틀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되 내용은 우리가 이것을 왜 기념하는가? 를 다 같이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적절하게 실험적인 무엇가를 넣고 있는데 그것이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고, 청와대도 이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극기의 등장부터 남다릅니다.
류현진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합니다.
이강인이 애국가를 시작하는 장면이라던지요, 이후 스포츠스타들이 모두 참여하는 애국가 제창을 4절까지 합니다. 코로나19덕에 도쿄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위로와 애국심을 고취시켜줄 수 있는, 국민들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적절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마미손 매드클라운의 랩과 정인의 노래로 어우러지는 특별무대가 있다던지 하는 기획도 참신했어요. 설마 매드클라운 캐나다 국적자라고 뭐라고 하는거 아니겠죠?
특히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부분은 여러 작년에 이어 여러 언어로 3.1절 삼일절 기미독립선언서의 현대어 풀이 전문을 여러나라 언어로 낭독한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다문화계를 대표해서 나온 캐나다계 네덜란드인의 혼혈로 삼중국적 소유자 (대한민국, 캐나다, 네덜란드) 가수 전소미씨가 낭독하는 부분은 예전처럼 단호하지 않으며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스무살들의 평범한 느낌으로 낭독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단호하지 않아도 되며 우리의 기개를 자연스레 세계에 드러내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에서요. 젊은 세대에게 독립선언서가 주는 의미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도 될것입니다.
그래서 그 낭독되었던 삼일절 기미독립선언서를, 고등학교때 그렇게 머리 쥐어터지면서 해석하던, 변절의 쓴맛을 안겨준 최남선의 삼일절 기미 독립선언서의 현대어 풀이 전문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 쉽게 읽는 현대어로 된 독립선언서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1979년 김동길 교수가 쓴 삼일절 60주년 기념 현대어본이 그나마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이 글도 시간이 많이 지난지라 옛날 글의 느낌이 물씬 듭니다. 그래서 2019년 삼일절에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만든 '쉽게 읽는 3·1독립선언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이것이 이번 삼일절 기념식에 읽혔던 버전이며, 현재의 언어를 반영해, 읽기 쉽고 이해도 쉬우며 사람들에게 더욱 와닿는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버전으로 아래의 전문을 싣습니다. 이번 삼일절에서 낭독되었던 것입니다.
기미년 1919년 삼일절 독립선언서
현대어 전문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이 선언은 오천 년 동안 이어 온 우리 역사의 힘으로 하는 것이며, 이천만 민중의 정성을 모은 것이다.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며, 인류가 양심에 따라 만들어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고 시대의 흐름이며, 전 인류가 함께 살아갈 정당한 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 독립을 가로막지 못한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리는 고통을 받은 지 십 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살아갈 권리를 빼앗긴 고통은 헤아릴 수 없으며, 정신을 발달시킬 기회가 가로막힌 아픔이 얼마인가. 민족의 존엄함에 상처받은 아픔 또한 얼마이며, 새로운 기술과 독창성으로 세계 문화에 기여할 기회를 잃은 것이 얼마인가.
아, 그동안 쌓인 억울함을 떨쳐 내고 지금의 고통을 벗어던지려면, 앞으로 닥쳐올 위협을 없애 버리고 억눌린 민족의 양심과 사라진 국가 정의를 다시 일으키려면, 사람들이 저마다 인격을 발달시키고 우리 가여운 자녀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이천만 조선인은 저마다 가슴에 칼을 품었다. 모든 인류와 시대의 양심은 정의의 군대와 인도의 방패가 되어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아가 싸우면 어떤 강한 적도 꺾을 수 있고, 설령 물러난다 해도 이루려 한다면 어떤 뜻도 펼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이 1876년 강화도조약 뒤에 갖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일본의 학자와 정치가들이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 문화 민족을 야만인 대하듯 하며 우리의 오랜 사회와 민족의 훌륭한 심성을 무시한다고 해서, 일본의 의리 없음을 탓하지 않겠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도 바쁜 우리에게는 남을 원망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기에도 급해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도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결코 오랜 원한과 한순간의 감정으로 샘이 나서 남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낡은 생각과 낡은 세력에 사로잡힌 일본 정치인들이 공명심으로 희생시킨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 민족이 바라지 않았던 조선과 일본의 강제 병합이 만든 결과를 보라. 일본이 우리를 억누르고 민족 차별의 불평등과 거짓으로 꾸민 통계 숫자에 따라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원한이 생겨나고 있다. 과감하게 오랜 잘못을 바로잡고,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여는 것이, 서로 재앙을 피하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또한 울분과 원한에 사무친 이천만 조선인을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동양의 평화를 보장하는 길이 아니다. 이는 동양의 안전과 위기를 판가름하는 중심인 사억만 중국인들이 일본을 더욱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하여 결국 동양 전체를 함께 망하는 비극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 조선의 독립은 조선인이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것인 동시에,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동양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또 중국이 일본에 땅을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중요한 부분인 동양 평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선의 독립이 어찌 사소한 감정의 문제인가!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지난 수천 년 갈고 닦으며 길러온 인도적 정신이 이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는구나. 새봄이 온 세상에 다가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 내는구나. 꽁꽁 언 얼음과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나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나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수천 년 전 조상의 영혼이 안에서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기운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 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세 가지 약속
하나, 오늘 우리의 독립 선언은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드날릴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하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을 마음껏 드러내라.
하나,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조선을 세운 지 4252년 3월 1일(1919년 3월 1일)
조선 민족 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창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환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훈
이종일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홍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 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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