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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KBS1 일일드라마의 변화

모든 방송사가 일일드라마의 유구한 역사가 있지만 KBS 일일드라마는 그 역사중 아마도 제일로 오래되며, 비교적 전통을 지키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모든 일일드라마가 뉴스 시청률과 링크되어 같이 쌍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상관관계가 MBC와 SBS는 많이 옅어진 감이 있고, 뉴스의 시간대가 타 방송사들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동안에도 KBS의 9시 뉴스는 언제나 그자리에 거대한 말뚝처럼 박혀있었죠. KBS1TV의 메인 뉴스 시간대가 옮겨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인게,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중 상당수가 (특히 노년층이) 일일드라마 ⇢ 9뉴스로 이어지는 TV시청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겁니다. 그런 만큼 KBS1의 8시 30분 일일드라마 시청률은 항상 꾸준하고 방송 시청자가 완전히 고정되어 있는 관계로 KBS가 특히 그렇긴 합니다만 가족 중심의 드라마로 소재가 거의 굳어져 있지요. 

이렇게 뭐 하나 바꾸기가 어려운 - 누군가에게선 제목과 등장인물만 바뀌지 결국 맨날 똑같은거 하는거 아냐? 라는 비아냥을 듣는 - KBS1 일일드라마라고 할 지라도 현재 방영되고 있는 [속아도 꿈결] 는 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들을 좀 추려보려고 합니다.

 

[속아도 꿈결]이 다른 점 3가지

1. 화면 톤의 변화

지금은 많이 예전 일일 드라마의 톤으로 돌아갔지만, 처음 시작때는 24프레임 영화같은 톤들이 펼쳐졌었는데, 저희 아내나 저나 화면을 보면서 '응? 저게 KBS 일일드라마 톤이라고?' 할 정도로 생경한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조명들이 과장되게 비쳐지는 대사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느낌은 KBS 일일드라마에서 요즘에는 거의 못보던 톤이었어요. 사실 별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이런 느낌을 일일드라마에서 보게되는 게 새롭다 보니 맨 처음으로 언급하게 되네요.

2. 구성의 다변화

극의 중심이 되는 금종화(최정우 분)와 강모란(박준금 분)의 장년 로맨스가 성립 된 이후로 극은 매회 가족의 금씨네 가족과 강씨네 가족을 오가며 매 회당 한명씩 이들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가를 논리왕 처럼 딱 부러지게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회차당 본격적인 시작 전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에피소드들의 시작점이 될만한 어떤 사건을 짧게 보여주고 시작하는 구성을 가지고 가는데 이 또한 상당히 논리적인 전개라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구성은 한 회 한 회를 따로 떼어서 봐도 단막극 같은 구성일수도 있으나 그 개개의 극들이 이어짐은 분명히 있는, 굳이 말을 붙여본다면 '반 단막극' 같은 형태로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KBS 일일드라마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해 보이며, 그것을 잘 활용하고 있어 보입니다.

프로필 사진에서 느껴지는 완고함
프로필 사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3. 예고편이 없다

아마도 가장 파격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 [속아도 꿈결]에는 예고편이 없습니다! KBS 일일드라마가 예고편으로 낚시하는게 사실 일상화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한 회가 끝나고 나서 다음회를 예고하는 예고편이 없습니다. 오히려 2번에서 언급한것 처럼 극이 시작하려고 할때 오늘의 예고편이 있어요. 

 

그밖의 재미

- 개인적으로는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입체적이고 그런 캐릭터들이 형성된 것에 대해 모두 이유들이 위의 구성들을 거쳐오며 설득력을 가지며 생동감 있게 표현된 것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특히 금씨 가문의 사람들의 캐릭터들에는 왜 저럴까 싶으면서도 진하게 이해가는 부분들이 많아요.

- 박준금 씨는 아마도 연기 인생에서 저렇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의 역할을 맡은 건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198*년대 데뷔했을때도 외모때문인지 조금씩은 튀는 역할을 맡았었던것으로 기억되고, 이후 방송에 복귀한 201*년대에는 좀 쎈 장년 역할을 많이 해왔던것 같은데, 적어도 저에겐 그동안 못보던 모습입니다. 류진씨 또한 그런데 류진씨가 코믹한 연기를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찌질한 연기가 찰떡 같아서요.

박준금씨의 데뷔시절. 이땐 세련된 외모의 첨단


그래도 KBS 일일드라마 어디 가나

이렇게 다른 느낌의 [속아도 꿈결]이지만 그래도 KBS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틀을 결코 깨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깨서도 안되고 깰 이유도 없지요. 시청자층이 극적으로 바뀐다면야 모를까. 중장년층이 타겟인 일일드라마에 공영방송의 가치를 생각하면, 보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관들의 깔때기. 즉 가족과 사랑, 해피엔딩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될것이라고 봅니다. 이 시간대의 드라마를 즐겨보는 분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뻔한 결말' 이겠지요.

하지만 그 과정으로 이르는 길에서 조금이라도 색다른 변주가 가능하다면 이런 저런것들을 시도해 보자! 라고 하는 지금의 [속아도 꿈결]은 그동안 일일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논리적인 전개 뿐만 아니라 두 가족의 대칭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것으로 인해 보여지는 거대한 틈이나 여러가지 문제들을 비교적 밝고 빠른 템포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의미있는 시도가 의미있는 결과로도 이어져 좋은 시청률로 마무리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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